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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과 민지는 폐허가 된 도시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빛의 탑 앞에 서 있었다. 그 탑은 마치 세상의 모든 파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거대한 무게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탑의 표면은 미묘하게 빛을 반사하며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숨을 쉬고 있었다.

"이 탑은 뭔가 특별해." 하늘이 말하며 탑을 올려다봤다.

민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느낌이 달라. 여기는 우리를 부르는 것 같아."

둘은 주위를 경계하며 탑으로 한 걸음씩 다가갔다. 가까워질수록 탑에서 느껴지는 신비로운 기운은 더욱 강렬해졌다. 탑에 가까워질 때마다 온몸을 감싸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들었다. 바람도 없는데, 피부 위로 부드러운 공기가 스쳐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탑 앞에 다다르자,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마치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문이 열리며, 내부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다.

“들어가자.” 하늘이 단호하게 말했다.

민지는 여전히 탑을 경계하는 눈빛이었지만, 하늘의 말에 따라 문 안으로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탑 내부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말문이 막혔다. 탑의 외관과는 완전히 다른, 신비롭고 초현실적인 공간이 그들 앞에 펼쳐져 있었다.

바닥은 물결치듯 부드럽게 흐르고 있었고, 벽은 마치 유체처럼 빛을 발하고 있었다. 공기는 따뜻하면서도 약간 끈적한 느낌이 들었고, 주변의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벽에 손을 대자 미묘한 전율이 느껴졌고, 하늘은 잠시 숨을 멈췄다.

"여기는 대체... 무슨 곳이지?" 민지가 속삭였다.

하늘 역시 그 신비로운 공간에 압도되었지만, 어느 정도의 차가운 이성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우리를 시험하는 것 같아. 이 탑 자체가 살아있는 것 같지 않아?"

둘은 긴장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탑 내부는 크고 넓었으며, 그들이 걸을 때마다 바닥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이곳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었다. 마치 에너지로 이루어진 생명체 같았다.


탑 내부로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하늘은 자신도 모르게 몸에 닿는 감각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그녀의 옷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손끝에서부터 천이 마치 액체처럼 녹아 사라지기 시작했다. 민지 역시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한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건 뭐야?!" 민지가 경악했다.

하늘도 자신의 몸을 살펴보며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다. "옷이... 녹아내리고 있어..."

옷은 완전히 사라지는 대신, 얇고 투명한 막처럼 몸을 감싸며 점점 더 희미해졌다. 탑의 에너지가 그들의 옷을 녹여 없애면서, 두 사람의 몸을 더욱 드러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위나 불편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탑의 기운이 그들의 피부에 직접 닿는 느낌이 들었다.

“이 탑이 우리를 받아들이고 있어...” 하늘은 몸을 감싸는 신비로운 감각에 자신도 모르게 혼란을 느꼈다. 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녀의 신체는 탑과 연결되어 있는 듯했다.


탑은 그들을 깊은 곳으로 이끌고 있었다. 그들은 그저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지만, 이미 탑의 힘에 사로잡혀 있었다. 주변은 점점 더 밝아졌고, 빛이 흐르듯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그때, 두 사람은 누군가와 마주쳤다.

탑의 안쪽에서 다른 생존자들을 만난 것이다.

그들 역시 하늘과 민지처럼 빛의 탑에 이끌려 들어온 듯 보였다. 그들 역시 몸을 감싸던 의복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탑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서로 경계하면서도, 그들 사이에는 묘한 유대감이 형성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이 탑에서 특별한 이유로 선택받은 자들이었다.

하늘은 그들의 눈빛을 보고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우리 모두가 이곳에 모인 건 우연이 아니야.’

민지 또한 그들을 지켜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탑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그들은 함께 탑의 중심부로 향했다.

탑의 중심부에 가까워질수록, 그들이 느끼는 신체적 변화는 더욱 강렬해졌다. 피부는 더욱 예민해지고, 공기가 닿는 곳마다 신경이 과민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탑이 그들의 육체를 깊이 관통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은 점점 더 긴장된 상태로 중심부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빛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공간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신비한 존재와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중심부에 떠오른 그 존재는 마치 빛 그 자체였다. 그의 형체는 사람과 같았지만, 몸 전체가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그들 앞에 서서 마치 오래전부터 기다렸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너희는 선택받았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했다. 마치 그들의 내면 깊숙이 울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탑에 온 너희는 특별한 사명을 지닌 자들이다. 이제부터 너희는 너희의 능력을 완전히 깨닫게 될 것이다.”

하늘은 그 말을 듣고 압도당한 듯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운명이 이 탑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직감했다.

“너희의 능력을 사용해, 이 세상을 구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존재의 목소리는 단호하고도 경외감을 불러일으켰다. 하늘은 그 말에 묘한 두려움과 함께 강한 결심을 느꼈다. 이 탑은 그저 신비로운 장소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더 큰 사명을 부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다.


하늘은 그 말을 들으면서도 자신의 몸에서 느껴지는 새로운 감각을 인지하고 있었다. 탑은 그들의 육체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고, 그 힘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민지 또한 그녀의 옆에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 혼란 속에서도 하늘과 민지의 사이에는 묘한 경쟁심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서로가 다른 존재임을 알고 있었고, 탑의 선택을 받은 이 순간부터 그들은 서로에게 도전하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하늘은 이 탑에서 자신이 선택받았다는 것을 실감하며, 앞으로 펼쳐질 운명에 맞서기로 결심했다. 이제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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