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여전히 혼란과 파괴 속에 잠겨 있었다. 변이된 괴물들과 무법자들로부터 탈출한 강하늘은 숨을 고르며 폐허가 된 거리를 가로질렀다. 끝없이 이어진 파괴의 흔적 속에서, 오직 탑만이 그녀의 희망처럼 보였다. 온몸에 피로가 밀려들었지만,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빛의 탑. 도시 한가운데, 그 신비로운 탑이 있다는 소문은 이미 생존자들 사이에서 유명해져 있었다. 그 탑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곳에 무언가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은 하늘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하늘은 도시의 폐허 속에서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외로웠고,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절망감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고자 결심했다. 그 순간, 희미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뒤돌아본 하늘은 민지라는 이름의 생존자를 마주했다. 민지는 긴 머리를 질끈 묶고 있었고, 굳은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 역시 이 변해버린 세계에서 홀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던 또 다른 존재였다.
“너도 탑에 가려고?” 민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피곤에 지쳐 있었지만 여전히 단호했다.
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에 답이 있을 거야.”
민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답이라… 이 세상에 그런 게 있을까? 그저 살아남는 것밖에 없잖아.”
두 사람은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동시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들의 목표는 같았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그 빛의 탑을 향해 나아가는 것밖에 없었다.
탑으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괴물들이 도시의 골목마다 숨어 있었고, 그들 중 일부는 인간의 욕망에 지배당한 채 그들을 노리고 있었다. 하늘과 민지는 몇 차례 교차로에서 괴물들과 마주쳤다. 그들은 마치 그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하늘과 민지를 쫓는 듯했다.
괴물들은 단순히 물리적인 위협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존재는 성적인 욕구에 사로잡혀 있었고, 생존자들을 그들의 사냥감으로 삼아 육체를 탐하는 방식으로 공격했다. 민지는 그들의 공격을 피하려 애썼지만, 어느 순간 그들의 손에 거의 잡힐 뻔했다.
하늘은 민지를 돕기 위해 재빨리 움직였다. 그녀의 몸에서 다시금 에너지가 흘러나왔다. 그 에너지는 그녀의 손끝에서 빛으로 변하며 괴물들을 밀어냈다. 그 순간 하늘은 자신의 능력이 그저 생존을 위한 무기만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것은 그녀의 존재 자체와 연결된 힘이었다.
“고마워…” 민지가 숨을 돌리며 말했다.
하늘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둘 사이에 맺어진 미묘한 유대감은 그 순간 더 강해졌다. 하지만 하늘은 민지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었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법이었다.
그들은 탑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강렬한 욕망에 시달렸다. 하늘은 자신도 모르게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느꼈다. 그녀의 피부에 기이한 문양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문양은 처음엔 희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뚜렷해졌다. 그것은 마치 그녀의 신체와 탑이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민지 역시 그 문양을 눈치챘다. “너… 그 탑과 뭔가 관련이 있는 거 아니야?”
하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그 문양이 주는 불가사의한 힘을 느끼고 있었다. 그 힘은 그녀의 몸을 자극하고 있었고, 탑이 가까워질수록 그 자극은 점점 더 강해졌다.
그날 밤, 그들은 잠시 쉬기 위해 한 건물의 옥상에 올라갔다. 아래로 내려다본 도시의 풍경은 한층 더 음울했다. 변이된 괴물들과 무법자들이 거리 곳곳을 약탈하고, 서로 싸우며 인간성을 상실한 모습이었다. 하늘은 그것을 보고 다시 한 번 이 세상이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음을 깨달았다.
“저 사람들이… 다 괴물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민지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린 아직 사람이야. 하지만 얼마나 더 인간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
두 사람은 짧은 침묵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다. 탑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민지는 하늘에게 있어 동료이자, 잠재적인 경쟁자였다. 그들 사이의 유대감 속에는 불안과 경계심이 섞여 있었다.
다음날, 그들은 다시 탑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민지와 하늘은 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가까워졌지만, 동시에 그들 사이의 긴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민지는 하늘이 그 탑과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탑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욕망을 상징하는 것이었고, 그곳에 다다르면 그 욕망이 모두에게 분출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민지와 하늘은 이끌리듯 그곳으로 향했다.
드디어 탑에 도착했을 때, 그 웅장함에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탑은 마치 숨을 쉬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탑의 표면은 부드럽게 빛을 내며 그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하늘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이 탑의 표면에 닿자, 마치 탑이 응답하듯 미세한 파동이 그녀의 몸을 통해 흘러갔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몸에 새겨진 문양이 더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민지는 그 장면을 지켜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는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하늘은 이 탑과 무언가 특별한 연결이 있는 존재였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민지가 물었다.
하늘은 짧게 대답했다. “들어가야지.”
탑 내부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신비롭고 관능적인 분위기였다. 벽과 바닥은 마치 액체처럼 흐르고 있었고, 그들 주위의 공기는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그 공간은 마치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보였다.
하늘은 탑의 중심으로 더 깊이 들어가려 할수록,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가 탑과 연결되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몸은 그 에너지에 반응하고 있었고, 그 반응은 그녀의 감각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고 있었다.
민지도 하늘을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그 순간, 하늘이 이 탑에서 특별한 역할을 맡게 될 것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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